가끔은 내가 쓴 글이 부끄러워 손이 오그라드는 때가 있다.
명색이 출판쟁이인데... 젠장 ㅠㅜ;;;
내가 남의 글을 읽고 처음으로 감동받은 것은 피천득님의 '인연'이었던 것 같다.
불행하게도 교과서를 통해 그분의 주옥같은 글을 처음 접했지만...
그 분 덕분에 아름다운 글이 얼마나 향기로울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아랫 글을 쓰신 박동희 기자님도...
참 인상적인 글솜씨를 가지고 계신다.
피천득님의 '인연'만큼의 감동은 없을망정...
나를 웃게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정말 내맘에 쏙 드는 글솜씨를 가지고 계신다.
나는 도대체 언제쯤에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래서 너무 즐겁게 읽다가도... 가끔은 입을 이죽거리기도 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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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데이트>
원본 : http://memolog.blog.naver.com/dhp1225/119
작성자 : 스포츠춘추의 박동희 기자
대학에 입학한 이후부터 줄곧 혼자 살아왔으니 꽤 오래된 셈입니다.
물론 늘 혼자 살았던 것은 아니어서 마음에 맞는 룸메이트와 살았던 기억도 있고, 선배와 공평히 지갑을 열어 함께 생활한 바도 있습니다.
때론 방이 세 개인 집에서도 살았고, 싱크대가 없어 우유 배달 상자를 엎어놓고 그 위에 반찬을 올려둘 만큼 형편없는 집에서 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추억을 털어놓고 보니 제가 혼자 있던 시간은 ‘어쩌면 청소기에서 빠져나간 먼지처럼 생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생각보다 ‘덜 외로운 시기를 보냈구나’ 싶어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근간에도 저는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오피스텔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한강이 보이는 쪽은 복도 반대편의 이웃이고, 제 쪽에서 보이는 건 우유 배달 상자를 일렬로 세워놓은 듯한 아파트뿐입니다.
이사온 지 반년 정도가 흘렀습니다만, 아직 이 동네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친절한 세탁소나 수질이 좋은 수영장은 물론이려니와 값싸고 질 좋은 식료품을 파는 마트도 아직 알아내지 못한 것입니다. 아는 이는 더 전무합니다. 이번엔 어쩌다 우주선에서 떨어져 화성을 향하는 우주비행사가 된 기분이 드는군요.
아까 11--호 여자의 집에 벨을 눌렀습니다. 그녀는 현관문을 반쯤 열어놓는 버릇이 있습니다.
발바닥만큼 작은 개도 기르는 것 같습니다. 그걸 제외하고 제가 그녀에 대해 아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저 같은 사람이 세상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조차도 모를 겁니다.
특별히 매력을 느꼈다거나 호감이 갔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녀를 잘 모릅니다. 그저 생수를 사러 편의점으로 갈 때 간혹 반쯤 열려있는 그녀의 현관을 지나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진심으로 누군가와 환하게 개방되어 있는 편의점의 파라솔 밑에서 데이트를 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내일 지구가 멸망할 것처럼 무척 데이트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 데이트 상대는 주변에 기거하지 않는 것입니다.
11--호 여자의 집에 벨을 누른 것은 ‘지금 편의점의 파라솔 밑에서 데이트 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으면 그녀가 승낙해 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기 때문입니다.
정중히 사양을 한들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녀 집의 반쯤 열린 현관문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생긴 셈이니까요. 그것은 그것으로 족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어째서 그녀가 ‘누구세요?’ 하며 인터폰을 통해 저를 쳐다보지 않고 대뜸 문을 열어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저는 무척이나 담담했습니다.
저는 “11--호에 사는 누구”라고 자신을 간단히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지금 시간이 되신다면 저와 함께 편의점에서 데이트를 하실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녀의 눈이 깜빡였습니다. 생각해보면 가스 검침원처럼 너무 사무적인 말투였습니다.
“그저 이웃간의 사소한 데이트 제의라고 생각해주세요.” 제가 말했습니다. 미소까지 곁들여서 말입니다.
그녀는 그런 절 보며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사소한 데이트 제의라구요?”
사.소.한 데.이.트, 어째서 저는 그렇게 말했던 것일까요. 각설하고.
그녀와 전 편의점의 파라솔 밑에서 따뜻한 우유를 두고 지금까지 데이트를 즐기다 왔습니다. 그녀와 저 모두 트레이닝복의 편안한 차림이었습니다. 전 그녀와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자부합니다.
돌아와 그저 오늘 있었던 밤의 데이트를 기억해두고 싶었습니다.
날이 밝으면 그녀와 저, 혹은 저와 그녀는 어제 일을 까맣게 잊게 될 겁니다. 편의점 앞에서 만나면 동공이 흔들리면서 가벼운 목례를 나누게 될지도 모릅니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을 땐 어색하게 어깨를 들썩이며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은 없으리라 단언합니다.
왜냐하면, 결국 사소한 데이트였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데이트는 결국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공이 흔들리고 어깨가 들썩여도 가슴은 두근거리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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